제가 4학년이었을 때 들어온 1학년 신입생 후배가 근처 종합병원에 입사해서 신규 간호사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요.
제가 1학년 일 때가 벌써 9년 전 일이네요. 그 시절 설렘과 떨림 그리고 기대.
누구나 대학을 꿈꾸며 캠퍼스의 로망과 낭만을 그릴 겁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간호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것을 배우는지.
2010년 1학년.
첫째, 학과 특성상 선배와 후배 사이의 관계가 정말 힘들었고
둘째, 고등학교 시간표를 넘어선 수업시간표에 '헉'했습니다.
셋째, 이게 학과 특성인진 모르겠으나 학교 행사마다 참여하여 춤, 노래 등을 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여러 가지 중에 특별히 선택한 것이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첫째, 정신적, 육체적인 폭행 그리고 얼차려.
남자 간호학생이라는 이유로 남자들끼리 모여서 조폭 행세를 하는 건진 모르겠으나
그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갖은 이유를 대며 괴롭히고 때리고 머리 박아라 혹은 엎드려라 등등
그럴싸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부조리를 일삼는 환경이었습니다.
(1학년 3월 MT 가서 소주병 뚜껑에 머리 박았습니다.ㅋㅋㅋ 다시 생각하니 어이가 없네요.)
둘째, 다른 학교나 학과들 대부분은 pc방에 뛰어가서 시간표 짜느라 열심히지만 제가 아는 간호학과들은 시간표를 예를 들면 A, B, C반으로 나눠서 미리 짜 놓고 학기마다 정해진 반에 통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월, 화, 수, 목, 금 모두 학교를 가야 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풀 수업이 잦았습니다.
교양수업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이 전공필수 과목들로 구성돼있습니다.
1학년 때는 전공기초인 간호학 개론, 해부학, 생리학, 미생물학, 약리학, 병리학, 기초건강과학, 기초영양학, 인간성장발달 등의 과목을 듣고 전공선택으로는 치료 대인 관계론이나 간호와 상담 같은 과목이 있는데 이마저도 선택이지만 시간표에 정해져서 나오기 때문에 전공선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교양과목은 학기당 한 과목으로 기억합니다.
(중요한 건 1학년이 진짜 그나마 놀 수 있는 학년이라는 거..)
셋째, 여 초과라서 일까요? 교수님들은 남학생들을 엄청나게 사랑해주십니다.
이에 남자 간호학생들은 매 행사 때마다 아이돌이 되어야 합니다.
정말 이것 때문에 저는 1학년을 춤으로 보냈습니다.
2013 2학년. (군대 2년 다녀옴)
첫째, 선배와 후배 관계는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둘째, 수업 + 실습.
셋째, 저를 지극히 사랑하던 모 교수님께서 저를 보고 왕이 귀환을 했다며 바로 행사에 투입.
지금부터는 둘째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간표는 일 학년과 다를 것 없이 정해진 시간표를 통지받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전공기초 + 전공과목의 시작이 되었고 전공과목으로는 (제가 나온 학교 기준으로 적겠습니다.)
1. 간호학 개론 2. 기본간호학 3. 기본간호학 실습 4. 건강사정 및 실습 5. 성인 간호학 6. 여성건강 간호학
7. 정신간호학 8. 아동간호학 실습 9. 지역사회 간호학 실습 등으로 2학년 과정이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습은 학교 실습실에서 하는 실습을 포함하며 학기 중과 방학 때 학교에서 정해준 병원에 나가 실습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지역사회 간호학 실습 같은 경우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등에 실습을 나가며 4학년 기준 실습시간은 1,000시간 이상을 채워야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고로 간호학과 학생들은 2학년부터 서울, 대구, 경북 등 전국에 있는 병원에 방학과 학기 중마다 2~3주 간격으로 옮겨 다니면서 실습을 합니다. 그래서 학기 중엔 더블 수업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간혹 있는 공강 시간은 부족한 전공과목 수업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예를 들면 1학기 시작 후 3주 만에 중간고사 그리고 3주 만에 기말고사 이런 식으로 말이죠.)
남들은 대학생의 긴 방학 동안 해외여행, 배낭여행, 하고 싶은 공부, 배우고 싶은 것 등을 하는데 이런 거 전혀 못 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대리출석이나 지각은 절대 허용 안되고 수업을 빠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해부학 같은 전공기초과목도 하루에 150p씩 나가서 절대 진도 못 따라갑니다. 그리고 점수 까임..)
사실 캠퍼스의 로망이나 꿈, 로맨스는 1학년 1학기 3월 MT 때 아니, 그전에 입학하자마자 춤 연습할 때부터 깨졌습니다.
2014 3학년.
첫째, 선배와 후배 사이가 이전보다 나아짐.(사실 바빠서 후배나 선배에게 관심 1도 없음)
둘째, 여전히 토 나오는 수업과 실습
셋째, 교수님들이 자주 바뀌고 행사 참여는 간간히 함
2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한 학기 내내 진행해야 하지만 더블 수업으로 빨리 마무리하고 학기 중에 실습을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진짜 힘들어서 자퇴하거나 못 따라오는 친구들이 생기고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습니다. 그리고 방학 때 또 실습 갑니다. ㅎㅎ 행복해라. ^-^*
하지만 3학년부터는 어느 정도 몸도 정신도 익숙해지다 보니 적응을 조금씩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표는 동일하게 나오고 전공과목은 2학년 + 3학년 이렇게 됩니다. (전공기초는 대부분 빠집니다.)
그래서 1. 아동간호학 2. 정신간호학 3. 지역사회 간호학 4. 간호 관리학 5. 노인간호학 6. 응급 간호학 등이 추가됩니다.
2015 4학년.
첫째, 후배들 이름 다 못 외움.
둘째, 지금까지 이런 공부는 없었다. 이것은 학교인가 실습인가. (노잼ㅎ) + 입사 준비 + 졸업시험 준비 + 국시 준비
셋째, 사실 이쯤 되면 아니 3학년부터인가? 다른 친구들은 학교 행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4학년 MT 때까지 춤추고 재롱부렸습니다.. 하.. 흑역사;)
4학년은 1+2+3을 다 합해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더해지는 과목은 1. 간호연구방법론 2. 보건의료법규 3. 간호관리 실습 4. 정신간호실습 5. 시뮬레이션 실습
6. 간호 통계학 7. 핵심 간호 실제 등을 추가로 배웁니다.
4학년 1학기 중에 BIG 5라는 병원을 포함해서 3차 대학병원 위주로 채용공고가 나옵니다.
월마다 주마다 어느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 혹은 종합병원의 채용공고를 보면서 원서를 준비하고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상담하고 추천서를 받았습니다.
4학년 1학기에 나오는 채용 공고는 1~3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학점을 잘 받은 친구들은 입사 준비를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채용이 되면 공부할 시간이 좀 더 생깁니다.
미리 병원에 합격을 하고 후에 국가고시 통과 여부에 따라 입사가 결정됩니다.
4학년 1학기 방학 때까지 실습을 나가면 얼추 1,000시간이 넘기 때문에 병원 실습은 끝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2학기까지 계속 실습을 합니다. 1학년 때 했던 것부터 하나씩 다시 시험을 봅니다.)
2학기부터는 국시 준비 + 졸업시험 준비 + 입사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순서를 보자면 입사 준비를 가장 먼저 끝내게 되고 그다음이 졸업시험 그리고 국가고시입니다.
입사 준비는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진 않는 수준이었던 것 같고 졸업시험이 문제였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제가 졸업한 학교는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고시를 못 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1차 2차 3차의 기회가 있는데 3차 때까지 반이상은 통과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사실 졸업시험 통과할 때까지 차수를 늘려줬습니다. 한.. 6차까지 갔었나?.. )
4학년 2학기부터 제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아침 8시 기상. 9시 학교 도착. 오후 6시까지 실습시험 및 수업. 11시까지 자습.기숙사에 도착해서 새벽 3~4시까지 자습.
그리고 중간중간 주마다 국시 모의고사를 풀었는데 제 학번에서는 10회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회당 3만 원 정도 돈을 냈던 것 같아요. (지원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모의고사를 한 번도 통과한 적이 없었습니다. 진짜 창피하긴 한데 워낙 어려운지라.. (국시는 잘봄)
그렇게 4학년 2학기 시작인 9월부터 국시 날인 1월 22일까지 이 스케줄로 공부를 했습니다.
2학기가 끝난 12월 초부터는 아침이나 오전에 일어나서 바로 학교 도서관에 가거나 기숙사 도서관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했습니다.
(4학년은 2학기 끝난 직후부터 국시 전날까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강. 제.로 ㅋㅋ)
예전 일을 회상하면서 간단하게 적어보았는데요, 지금은 간호사가 됐기 때문인지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사람이란 게 과거에 어떤 일을 겪는지도 참 중요하지만 지금의 내 위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만약에 과거에 정말 힘든 일을 겪었는데 지금 내 자신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과거의 힘든일을 정말 추악하게 바라볼겁니다. 그 일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 힘든일을 이겨내고 어느 위치까지 왔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었어도 좋은 추억이라 생각할 겁니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말이죠. 이렇듯 저나 간호사, 간호학과뿐만 아니라 이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혹은 비슷한 경험을 이겨낸 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정말 수고했고 대견하고 장하고 대단하다고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4학년 동안의 전공과목내용
기초건강과학1, 기초건강과학2,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초영양학, 긍정심리학, 인간과 종교, 인간성장발달, 치료적대인관계론, 간호와상담, 간호학개론, 기본간호학1, 기본간호학2, 기본간호학실습1, 기본간호학실습2, 건강사정 및 실습, 핵심간호실제1, 핵심간호실제2, 핵심간호실제3, 시뮬레이션실습1, 시뮬레이션실습2, 시뮬레이션실습3, 성인간호학1, 성인간호학2, 성인간호학실습, 아동간호학, 아동간호학실습, 지역사회간호학, 지역사회간호학실습, 여성건강간호학, 여성건강간호학실습, 정신간호학, 정신간호학실습, 간호관리학, 간호관리학실습, 노인간호학, 간호연구방법론, 통합간호실습, 보건의료법규, 간호윤리학, 의학용어, 논리와 비판적 사고, 보완대체, 간호통계학, 간호리더십개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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