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이 들었다가 깼다가 반복했습니다.

어찌나 시원하게 오던지 떨어지는 장단에 요사이 더웠던 날들을 말끔히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잠은 제대로 못 잤네요 ㅎㅎ)

 

비도 추적추적 오겠다, 날도 선선하니 오늘 병원은 안 바쁘겠지? 했으나

이게 무슨!! 일당백의 단골환자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해버렸습니다.

평소에도 내과적으로 또 정신과적으로 몸이 안좋은 분인데 오늘은 CTD를 떡하니 달고 오셨더군요.

아!! 보자마자 오늘 하루 일다했구나 싶었습니다 ㅠㅠㅠ

(CTD : Chest Tube Drainage)

 

PRN으로 몰핀과 디아제팜을 Daily로 맞는 분이라, 간호사 입장에서는 약국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너무 번거로울 뿐더러 외과계 병동인데 외과환자분들만 오는 게 아니라 내과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시다는 게 바쁜 이유 중 하나겠네요.

사실 오늘 오신 이분은 이틀전까지 다른 병동과 ICU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 하루 만에

응급실로 다시 오셨더라고요.

(PRN : Pro Re Nata, 필요시마다)

(ICU :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

 

Foley Catheterization 하고 Hourly Bag을 달고 오셨고요, 예전에 CV Catheter 시술하셨습니다.

N/S 500에 Humulin Mix 한 것과 N/S 1L Kcl 1A Mix 한 것 그리고 N/S 1L 총 3가지의 수액을 달고 오셨습니다.

거기다 아까 언급한 CTD까지 말 그대로 몸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단 상태로 Stretcher Car에 실려 오셨습니다.

ER에서는 Infusion Pump기계를 달지 않고 그냥 오셔서 손이 이래저래 많이 갔습니다.

더군다나 토요일이라 외래진료가 오전까지만 하다 보니 점심시간 이후에는 주치의가 퇴근을 한 상태라

전화나 메시지로 급한불을 끄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네요.

(Foley Catheterization : 유치도뇨관 삽입)

(Infusion Pump : 주입펌프, 수액을 일정하게 주기 위해 시간당 몇 CC를 줄지 조절하는 기계)

 

 

병동으로 전실 후 V/S, BST같이 기본적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에 비해 지금 상태가 어떤지 확인을 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BST를 했더니 21이 나온 겁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환자분 상태를 보니 식은땀이 전신에 나서 환의는 축축하고 의식은 흐릿해져서 비몽사몽에

(다행히 지남력은 있었네요)

달고 있는 Fluid는 Humulin이고 ..(당시에는 Stop 한 상태였어요) 당장 달려가서 50% DW 100짜리를 갖고 와서 IVS로 Full dropping 했고요, 입에 사탕 2개를 물려줬습니다. (예전에 내과병동에 있을 때 보던 환자분이 혈당이 40으로 Hypoglycemia 때문에 기본적인 처치 후 ICU로 바로 내려가셨고요. 결국 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V/S : Vital Sign, 활력징후)

(BST : Blood Sugar Test, 혈당 측정)

(Hypoglycemia : 저혈당증)

 

급한불을 끄고 나니 천만다행으로 조금은 괜찮아지시더라고요.

하지만 역시나 몸이 조금 나아지니까 예전에 입원했을 때처럼 환자분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어요.

협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기본적인 것만 알려드리는 대로 지켜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힘드네요. 내일은 어떨지 참 기대됩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일은 없겠죠? ㅠ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다 적기에는 그분에게도 실례인 것 같고 학생 때 Case Study 하는 것처럼 끄적여봤습니다.

 

비 오는 날 아픈 무릎과 허리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불태웠네요.

예전에 있던 병원에 그 병동은 이런 분이 대부분이어서 정말 많이 바빴었고 하루에도 몇 분씩 Expire하시고..

외과병동이라 평소에는 큰일 없는 편이긴 합니다. 예전 병동보단 많이 편하고요.

오늘은 아주 조금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네요!

이틀 전처럼 이분이 ICU에 계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환자를 위해서입니다!)

제가 남자 간호사고 친구는 나이트 킵 근무를 하다 보니 대화할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이렇게 자주 있었던 일을 적으며 한풀이를 해야겠네요!

 

어제는 불금! 오늘은 불토! 저는 내일도 출근!!(ㅠㅠㅠㅠ)

모두들 행복한 시간 건강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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